해외 마트는 생각보다 훨씬 낯선 공간이다. 언어도 다르고, 파는 방식도 다르고, 냄새도 다르다. 러시아에서 요거트를 못 찾아 한참을 헤매다가 결국 전혀 다른 걸 사 왔던 날, 두바이에서 대파 대신 릭(Leek)을 사서 한국 음식 맛을 망쳤던 날, 중국 마트에서 두리안 냄새에 처음 당황했던 날까지 — 여러 나라 마트에서 직접 겪은 생생한 경험들을 정리했다.
해외에서 처음 혼자 장을 보러 갔을 때의 막막함은 직접 겪어본 사람만 안다. 한국 마트는 어디에 뭐가 있는지 눈 감고도 찾을 수 있다. 그런데 외국 마트에 들어서는 순간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된다. 언어를 아는 나라에서도 그랬다. 언어를 모르는 나라에서는 더 심했다.
러시아 마트에서 요거트를 못 찾았던 이유
러시아에서 처음 혼자 장을 보러 갔을 때가 딱 그랬다. 지금이야 스마트폰으로 실시간 번역이 되고 와이파이만 있으면 바로 검색이 되지만, 내가 러시아에 갔을 때는 그런 게 없었다. 그냥 눈으로 보고, 맡아보고, 짐작해서 골라야 했다.
요거트를 사려고 유제품 코너 앞에 섰다. 그런데 종류가 너무 많았다. 비슷하게 생긴 흰색 용기들이 줄지어 있었는데 뭐가 요거트인지 도무지 모르겠었다. 라벨을 아무리 봐도 읽을 수가 없었다. 냉장고 앞에서 한참을 망설이다가 요거트처럼 생긴 것 하나를 골랐다. 집에 돌아와서 열어보니 냄새도 비슷하고 색도 비슷했다. 먹어봤더니 맛있었다. 그냥 이게 러시아 요거트구나 싶었다. 그래서 마트 갈 때마다 같은 걸 계속 사 먹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게 요거트가 아니었다.

요거트인 줄 알고 먹었던 케피르 — 러시아·동유럽 발효유의 차이
내가 계속 사 먹었던 것은 케피르(Kefir)였다. 케피르는 우유를 케피르 균으로 발효시킨 음료로, 요거트와 비슷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다른 제품이다. 러시아와 동유럽에서는 케피르가 요거트만큼 일상적인 유제품이다. 슈퍼마켓 유제품 코너에 요거트와 케피르가 비슷한 용기에 나란히 놓여있으니 처음 가는 사람은 구분하기가 어렵다.
국제낙농연맹(IDF) 자료에 따르면 케피르는 다양한 유산균과 효모가 함께 발효된 제품으로, 요거트보다 묽고 약간 탄산감이 느껴지는 특징이 있다. (출처: fil-idf.org) 내가 먹었을 때 일반 요거트보다 묽다고 느꼈던 것도 그 때문이었다.
맛있어서 계속 먹었으니 결과적으로는 나쁘지 않았다. 그런데 그 당시에 내가 먹는 게 뭔지도 모르고 먹었다는 게 지금 생각하면 웃기다. 언어를 모른다는 게 이런 것이었다. 음식을 먹으면서도 내가 뭘 먹는지 확신하지 못하는 상황. 그 나라에 가면 그 나라 말을 배워야 한다는 것, 여행이 아니라 거주라면 더욱 그렇다는 것을 러시아 마트에서 처음 배웠다.
두바이에서 대파 대신 릭을 샀다가 맛이 완전히 달라졌다
두바이에서 요리에 넣을 대파가 필요했다. 두바이 마트에는 대파가 없었다. 대파와 비슷하게 생긴 것이 있었는데 릭(Leek)이었다. 모양이 대파랑 비슷했다. 길쭉하고 초록색이었다. 그래서 그냥 샀다. 집에 돌아와서 요리에 넣었는데 맛이 이상했다. 먹을 수는 있었지만 내가 원하던 한국 음식 맛은 전혀 아니었다.
릭은 대파보다 훨씬 두껍고 향이 다르다. 대파 특유의 알싸하고 칼칼한 맛이 없고, 좀 더 순하고 달큼한 맛이 난다. 식물학적으로 릭과 대파는 둘 다 파속(Allium) 식물이지만 종이 다르다. 대파는 Allium fistulosum, 릭은 Allium ampeloprasum으로 분류된다. (출처: britannica.com) 겉모습이 비슷해도 맛과 향이 다른 이유가 여기에 있다.
릭은 서양 요리에서 많이 쓰는 채소다. 수프나 스튜에 넣으면 자연스럽지만 한국 요리에 대파 대신 넣으면 완전히 다른 맛이 난다. 두바이에서 한국 요리를 제대로 하려면 한국 식재료를 파는 아시안 마트를 찾아야 했다. 두바이에도 한인 마트가 있었지만 가격이 비쌌고, 없는 것도 많았다.
중국 마트는 한국 마트와 완전히 다른 세상이었다
중국 마트 경험은 한국 마트와 완전히 달랐다. 특히 서민들이 주로 가는 동네 마트는 처음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낯설었다. 냄새가 심했다. 두리안이 항상 진열돼 있었기 때문이다. 두리안은 열대과일로 맛은 좋다는 사람이 많지만 냄새는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린다. 썩은 냄새, 가스 냄새, 양파 냄새가 섞인 것 같다는 표현이 있을 정도다. 처음에 마트에 들어서면서 그 냄새를 맡았을 때 뭔가 잘못된 건지 싶었다. 나중에는 그냥 숨을 참고 지나가는 루틴이 생겼다.
계란도 한국과 달랐다. 한국에서는 계란을 항상 팩에 담아서 판다. 그런데 내가 갔던 일부 서민 마트에서는 계란을 무게로 팔았다. 큰 바구니에 계란이 잔뜩 쌓여있고, 원하는 만큼 골라서 봉지에 담은 다음 무게를 달아서 계산한다. 더 놀라웠던 건 계란을 고르는 방식이었다. 사람들이 계란을 담기 전에 하나씩 흔들어보며 골랐다. 좋은 계란인지 확인하는 방법이라고 했다. 모두가 다 흔들어보다 보니 결국 마트에 있는 계란은 누군가가 한 번씩 다 흔들어본 계란들이었다.
고기도 직접 골라 담는 방식이었다. 냉장 케이스 안에 고기가 통째로 진열돼 있고, 손님이 직접 손으로 골라 담는 구조였다. 일부 전통형 마트에서는 위생 방식이 한국과 달라 당황스러웠다. 외국인들이 많이 가는 고급 수입 마트는 포장 방식도 위생도 한국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나은 곳도 있었다. 같은 나라 안에서 두 마트의 차이가 이렇게 극명할 수 있구나 싶었다.
피스타치오나 아몬드 같은 견과류는 껍질을 까서 알맹이만 봉지에 담아가는 사람들도 있었다. 무게로 파니까 껍질을 까면 무게가 줄어서 더 싸게 살 수 있는 것이다. 바나나 껍질을 벗겨서 알맹이만 봉지에 담아 가는 사람도 봤다. 마트 측에서 막지 않았다. 문화 충격이라는 게 꼭 크고 거창한 게 아니었다. 마트에서 바나나 껍질 벗겨서 담는 사람 하나가 그 나라의 많은 걸 설명해 줬다.
해외 마트에서 당황한 경험들이 결국 적응이 됐다
해외 마트에서 당황한 경험들은 지금 생각하면 다 웃기지만, 그때는 진짜 막막했다. 요거트인 줄 알고 먹었는데 케피르였던 것, 대파인 줄 알고 샀는데 릭이었던 것, 중국 마트에서 두리안 냄새에 처음 당황했던 것. 그 경험들이 쌓여서 조금씩 적응이 됐다. 그리고 그 나라에서 제대로 살려면 그 나라 마트에서 쓰는 말을 알아야 한다는 걸, 요거트 하나 못 찾아서 한참을 헤맸던 러시아 마트에서 처음 배웠다.
자주 묻는 질문 (FAQ)
Q1. 러시아 마트에서 요거트를 사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러시아어로 요거트는 йогурт(요구르트)입니다. 라벨에 이 단어가 적혀있으면 요거트입니다. 비슷하게 생긴 케피르(кефир)와 혼동하기 쉬우니 주의가 필요합니다. 케피르는 요거트보다 묽고 약간 시큼하며 탄산감이 느껴지는 발효유 음료입니다.
Q2. 케피르와 요거트는 어떻게 다른가요?
둘 다 우유를 발효시킨 유제품이지만 발효에 사용하는 균이 다릅니다. 요거트는 주로 유산균으로 발효하고, 케피르는 유산균과 효모가 함께 발효됩니다. 케피르가 요거트보다 묽고 약간의 탄산감이 있으며 더 강한 신맛이 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러시아와 동유럽에서는 케피르가 일상적인 음료로 요거트와 함께 유제품 코너에 나란히 진열돼 있습니다.
Q3. 두바이에서 한국 식재료를 구하기 어렵나요?
대파, 들깨, 고추장 같은 한국 고유 식재료는 구하기 어렵거나 가격이 비쌉니다. 두바이에 한인 마트가 있지만 품목이 제한적입니다. 대파 대신 릭, 소면 대신 카펠리니처럼 현지 식재료로 대체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외국인이 많은 두바이 특성상 아시안 마트에서 일부 한국 식재료를 구할 수 있습니다.
참고 자료 (References)
- 국제낙농연맹(IDF) — 케피르 정의 및 특성: fil-idf.org
- 브리태니커 백과사전 — 릭(Leek) 식물 분류: britannic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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